▷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실은 배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만만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빠져나간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너비가 39km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이란과 오만이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대부분의 배가 통과하는 오만 쪽 해역에는 들어오는 배와 나가는 배를 위한 각각 2마일 너비의 항로가 선박 간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 구역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고작 4마일의 좁은 항로를 통해 전 세계 액화석유가스의 3분의 1, 원유의 5분의 1이 움직이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스스로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며 파병을 요구했다. 최근 사태는 제1차 세계대전 때 터키가 독일 편에 서서 항로를 폐쇄하자 연합국이 반발한 다르다넬스 해협 사태와 비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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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에 파병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선들의 항해할 자유를 지키기 위한 파병은 대의(大義) 면에서 수긍할 만하다. 만약 일본이 파병하는데도 우리는 파병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 미국의 눈에 양국에 대한 평가는 크게 대비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위해 이라크 파병까지도 결정했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경제보복 규제에 직면해 미국의 중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파병은 거부하기 곤란한 요청이라는 점도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