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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주면서 해외여행 ‘나쁜 아빠’

입력 | 2019-07-11 03:00:00

이혼후 “돈 벌러 간다” 연락 끊고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 회피해
걸려도 “몸만 나와 돈 없다” 잡아떼… 현장기동반, 집근처 잠복 예사




5일 충남 논산의 한 농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감치를 집행하겠습니다.” 경찰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A 씨(46)가 체포됐다. 이유는 A 씨가 이혼한 부인에게 양육비 2000만 원을 주라는 이행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았지만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인은 홀로 16세가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A 씨에게는 30일간의 유치장 ‘감치’ 명령이 집행됐다. A 씨는 “사업이 망해 줄 양육비가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 ‘현장기동반’에 소속된 채동한 씨(37)는 전국을 다니며 이런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채 씨의 업무는 감치 명령을 받은 양육비 채무자들을 찾아내는 것. 현장기동반 직원들은 법원이 양육비 이행명령을 했는데도 지키지 않는 채무자에게 감치가 집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나 근무지 등 정보를 조사하고, 감치를 집행하는 관할 경찰서에 미리 협조를 구한다. 경찰과 감치 현장에 동행하기도 한다.

A 씨를 감치할 수 있었던 것도 채 씨의 사전조사 덕분이었다. 경찰이 감치를 집행하기 전 A 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방문해 실제로 A 씨가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들이 가장 많이 둘러대는 대표적인 레퍼토리는 “몸만 나왔다”는 변명이라고 채 씨는 전했다. “이혼할 때 다 주고 나와서 돈이 없다, 주고 싶어도 돈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말하는 경우가 제일 많아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설립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소송으로 양육비 지급명령이 떨어진 사례만 총 1만535건이지만, 이행 건수는 3722건(32.3%)에 불과하다. 채 씨에 따르면 양육비는 안 주고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자기 삶을 즐기는 뻔뻔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재산을 명의 이전하고, 주소를 바꿔 잠적하는 채무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내려지는 게 감치 명령이다. 채 씨는 이들을 쫓는 ‘최후의 추적자’인 셈이다.

하지만 감치에도 한계가 있다. 질서유지 규칙에 의해 감치 선고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집행이 불가능하다. 경찰이 민사 사건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양육비 채무자가 집에 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 집행장이 법원으로 반환되는데, 이럴 때 다시 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집행장을 새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채 씨는 “경찰청의 적극적인 업무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기동반의 요청으로 경찰이 채무자의 집을 자주 방문하면 피신고인이 “양육비를 줄 테니 경찰이 오지 않게 해 달라”며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양육비 지급 이행을 늘리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제한, 출국금지 등 제재를 담은 법안이 총 6건 발의돼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