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대강 충돌]文대통령-5대그룹 총수 10일 회동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직간접적 영향권에 있는 5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기로 하면서 이번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규제 조치를 잇달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 장관들에게 맡길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재계와 거리 뒀던 靑, 日 보복 계기로 변화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는 재계와 밀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꺼렸다. 재벌 개혁 등 공정 경제를 핵심 경제 방향으로 설정한 데다 전임 정권과 주요 대기업들이 연루됐던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10일 예정에 없던 5대 그룹 총수 등 주요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은 일본의 보복 조치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 여당 의원은 “주요 경제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반도체, 전자, 자동차, 화학 등 국가 주력 산업마저 흔들린다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여권 내부에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각 기업의 상황을 직접 듣겠다”며 간담회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4일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보복적인 성격”이라고 규정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외에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회동을 통해 “우리 정부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文, ‘7·10 대일(對日) 메시지’ 나오나
이제 관심사는 문 대통령이 10일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내놓을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 이후 아직까지 이 문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정부 고위 인사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계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나섰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노 실장은 기업인들에게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조언 등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