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어길땐 2단계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엄청나고 압도적인 힘과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반발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백악관이 정신장애가 있다”고 비난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의 무지하고 모욕적인 발언은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압도적’이란 뜻은 (이란) ‘말살(obliteration)’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은 미국의 군사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2년간 미국이 국방에만 1조500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이란과 전쟁이 벌어지면 출구 전략이 있느냐’고 묻자 “출구 전략이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란 경제 악화를 언급하며 “(이란이 협상에 나서면) 상황이 매우 쉽고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후 이란에서는 약 300만 명이 실업 상태다.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고 화폐가치 하락, 생필품 부족 등도 심각하다. 거듭된 민생고에 지친 데다 이란 정부의 무기력함에 분노하는 이란인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지난달 8일 저농축 우라늄 및 중수(重水)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리 샴하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다음 달 7일까지 유럽이 핵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2단계 조치를 단행하겠다”며 저농축(3.67%) 우라늄의 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해외 은행에 수십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세계 지도자와 달리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자는 제재 대상이 될 만한 자산이 없다”며 미국 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서동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