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94년, 머릿속에 떠다니는 악상을 노래로 완성한 후 울었다.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가수 톰 요크가 그랬다. ‘가짜 플라스틱 나무들’이 그 노래였다. 유난히 쓸쓸한 노래를 톰 요크의 몽환적인 고음으로 듣는 순간, 우리는 저절로 그 쓸쓸함 속으로 빠져든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가짜 플라스틱 흙 속의/가짜 중국산 고무나무를 위한/초록색 플라스틱 물뿌리개.’ 모든 게 가짜다. 흙도, 나무도, 물뿌리개도 가짜다. 가짜 흙에 가짜 나무니 물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물뿌리개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 물뿌리개를 샀던 여자는 가짜에 지쳐간다. 지친 건 그녀만이 아니다. 같이 사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예전에는 ‘여자들을 위해/수술을 하곤 했다.’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말이다. 아무리 성형으로 바꿔놓아도 누가 주름과 세월을 이기랴. 결국에는 ‘중력이 늘 이긴다.’ 그래서 남자도 지친다. 이쯤 되면 가짜 세상이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시뮬라시옹이라고 명명한 가짜 세상, 가짜의 범람.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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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