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끝은 곧 시작이기도 하다. 자정을 ‘밤 12시’가 아니라 하루의 시작점인 ‘0시’라고 표현하는 사전들도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시간을 가리키는 말에 오정(午正) 자정(子正)이 있는데 오정은 낮 12시, 자정은 0시 정각이다”라고 한다. 이쯤 되면 헷갈리는 사람들이 생긴다. 선생님이 과제를 ‘25일 자정’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면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또는 0시)까지 내야 하는지, 25일에서 26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만 내면 되는 것인지.
▷일상적 용례로 보면 하루를 끝맺음한 후자가 맞는 것 같지만, 원칙적으로 25일 자정은 24일이 끝나고 25일을 시작하는 ‘25일 0시’가 정답이다. 이는 ‘24일 밤 12시’와도 같은 뜻이다. 이 같은 혼동이 없도록 언론 매체에서는 자정이라는 표현을 극히 삼간다. 어제 자 신문들이 25일부터 음주운전 단속기준과 처벌이 강화된다고 보도했는데, ‘25일 0시부터’라고 쓴 기사나 ‘24일 밤 12시부터’라고 한 곳이나 다들 맞다. 또는 ‘25일 자정부터’라고 해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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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는 아침이 아니라 깜깜한 자정을 하루의 시작으로 본 것은 음양(陰陽) 사상에 따라 밤이 가장 깊었을 때 아침의 기운이 시작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신관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정화의식을 치를 때 새벽을 시작으로 삼았다. 반면 정통파 유대인들은 해가 진 오후 6시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금요일 이 시간부터 안식일에 들어간다. 하루의 시작 설정은 종교, 문화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결국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