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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어선 발표에 靑 정무적 판단 개입됐는지 진상 밝혀야

입력 | 2019-06-24 00:00:00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에 대한 군의 발표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군 발표를 사전에 대략 알았지만 간섭은 안 했다”고 밝혔으나 북 어선 귀순 이후 일주일간 청와대와 국방부의 대응을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국방부는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130km 남하해 스스로 삼척항에 정박한 북 어선을 마치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왜곡 발표했다. ‘거짓 브리핑’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15일 이미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 행정관이 두 차례 국방부 브리핑을 사복을 입은 채 지켜본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북 어선 귀순 초기부터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고 국방부와 협의를 했으니 그 대응을 조율해 왔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은 군이 만든 발표문을 보고받거나 상황을 공유·협의 정도만 했다고 설명하지만 군 내부에선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칠 중대 사건의 발표 내용은 국가안보실이 적극 개입해 사실상 발표문을 수정·승인해 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 어선이 귀순한 당일인 15일 군이 이를 발표하려 했으나 청와대가 만류했다는 주장도 군 내부에서 나온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만일 4명이 다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그것이 보도됨으로써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노크 귀순으로 드러난 허술한 해안 경계 태세도 문제지만 만일 청와대가 남북관계를 의식해 모호한 표현으로 브리핑을 각색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안보는 정확한 상황 판단과 그에 따른 원칙적인 대응을 해야지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5월 국방부는 북한의 도발을 두고 ‘미사일’이 아닌 ‘발사체’라고 하더니 아직까지 그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자체가 목적이 되다 보니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일들이다. 결코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 재발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