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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교통의 불모지였다. 일본이 시속 210km의 세계 첫 고속철도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을 개통시키며 세계 교통을 선도하기 시작하던 1964년, 한국에는 고속도로도 없었다. 당시 서울에는 자도차가 한강을 건널 수 있는 교량도 한강대교와 광진교, 양화대교 3개뿐이었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은 교통뿐 아니라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세계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서 세계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안전까지 준비하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교통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행사장인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 1층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전시관을 마련했다. 행사장 한 쪽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18개 전시관에서는 독일철도(DB), 터키항공 등 세계적인 교통기관과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스마다 참가자들이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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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ty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한 자율주행차 실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교통장관회의의 주제인 ‘연결성’을 상징했다. 차량이 다른 차량, 교통시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대용량, 초고속 무선통신이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자율주행차 실험시설 구축에 그치는 동안 교통안전공단이 삼성전자와 K-City에 5G 통신망을 구축한 이유다.
자율주행차 운행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5G 기반에서의 충분한 실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보행자를 미리 감지해 멈추거나 졸음, 건강 이상 등의 이유로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고한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과장은 “K-City는 도로 뿐 아니라 각종 교통시설, 통신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차 성능을 실제 주행 상황과 똑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그레스센터 1층 전시관에서 K-City 모형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루마니아 교통부 공무원 에두아르트 운구레아누 씨는 “한국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교통수단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뿐 아니라 국내 여러 교통 관련 기관들이 한국교통의 분야별 우수성을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을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 여객수송 세계 5위, 화물수송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을 개항한 성과와 함께 2023년까지 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 공사를 벌이는 ‘4단계 사업’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객과 물류 수송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ViewT)’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철도망이 대륙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대비해 개발된 기술도 외국인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쓰는 철도 궤도는 궤간이 1435mm인 ‘표준궤’다. 반면 유럽과 연결되는 러시아 철도는 1520mm ‘광궤’를 써 한국의 열차는 러시아 철로 위를 달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국경에서 열차 바퀴를 각 궤간에 맞춰 바꿔 끼우거나 두 궤간 선로를 모두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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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시관들을 둘러 본 리얀홍 중국교통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의장국인 한국의 교통기관들이 이번 회의에 전시한 것들이 흥미로웠다. 한국이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