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애덤 벤포라도 지음·강혜정 옮김/480쪽·2만 원·세종서적
저자는 후손들이 우리가 신성 재판을 대할 때 못지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도 직관이 몸에 배어 오류를 파악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비드 로젠바움의 죽음이 단적인 예다. 로젠바움은 강도에게 맞아 쓰러졌지만, 옷에 묻은 토사물 때문에 주취자로 오인받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다. 그를 본 구급대원, 경찰, 의료진은 토사물로 인한 혐오감 때문에 상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처럼 의식 너머의 여러 인지적 요인이 사법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강압적 심문 기법, 잘못된 기억을 가진 목격자,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넘기지 않는 검사, 사람인 이상 편견을 가진 배심원과 판사까지. 성역으로 여겨졌던 사법제도의 구멍을 흥미진진한 문체로 파헤친다. 이를 보완할 개혁안까지 2장에 걸쳐 조목조목 제시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