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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예측 불가능의 세계, 그래서 매력적이다

입력 | 2019-06-14 03:00:00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학기 말이 되면 몸과 마음이 헛헛해진다.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몸무게가 줄어 바지 허리가 헐렁해진다. 마음 역시 뭔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럴 땐 배터리 저전력 모드처럼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방학이 오기를 기다린다.

더 열심히 할걸. 이번 학기는 기계과 신입생 학생들에게 일반물리학을 가르쳤다. 전공이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그냥 수업시간을 때우는 듯한 학생들도 있었다. 어느 시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꼭 배워야 한다며 동기를 부여해 가면서 한 학기를 끌고 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당장 이해가 안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초등학교 때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지금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수업을 빼먹으면 그럴 가능성도 없으니 빠지지 말아요.” 이런 말을 할 때는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누추해지기도 한다.

지금 학생들이 사는 시대는 내가 대학을 다닐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학생들은 별세계에 사는 것과도 같다. 알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을까? 지금 학생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찌 그들의 에너지를 내가 대학 생활을 했던 시대와 비교할 수 있을까?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만드는 에너지를 볼 때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충돌하는 분자의 에너지를 보는 듯하다. 학생들이 치러야 할 경쟁을 고려하면 그 에너지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이 에너지가 우리의 현재이고 미래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물리학 발전은 물리학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만든 에너지의 결과다. 뉴턴의 고전물리학 시대는 만유인력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운동을 설명할 수 있었다. 물체의 초기 물리적 상태를 알면 운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세계였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이 없는 세계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달라졌다. 세상은 셀 수 없는 다양한 분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이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확률과 통계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1895년경 맥스웰과 볼츠만은 분자라는 개념을 이용해 통계적으로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률과 통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적 세계는 우주가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계가 아니라 다양한 성격의 분자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확률과 통계는 원자와 분자 등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의 발전에 기초가 되었다.

우리는 맥스웰과 볼츠만의 시대에서 120년이 지난 세상에 살고 있다. 매초 인터넷을 통해 테라바이트 이상의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이용한 인공지능의 세계 역시 현실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얼마나 다양해질까? 분명한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의식이 과연 그 다양성을 좇아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세계는, 예측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세계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