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취향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선호가 충돌할 때면 늘 손쉽게 물러서는 쪽이었고 학창시절부터 내 방에는 그 흔한 연예인 사진 한 장 없었다. 그랬던 내가 내 집이 생기자 입맛대로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서툴지만 조금씩 요리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미술 학원에 등록했고, 듣지 않던 음악을 듣고, 보지 않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간 한 번도 누려보지 못 했던, 성적표도 합격증서도 없는 ‘취향 찾기’의 사치에 푹 빠진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백문백답(百問百答)’을 떠올렸다. 어릴 적 다이어리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서로의 백문백답을 교환하곤 했다. 친구의 취미와 특기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과 음식이, 그땐 뭐가 그리도 궁금했을까.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작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그땐 그랬다. 친구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참 많았던 시절이었다.
광고 로드중
궁금함은 대개 애정으로부터 기인하고 여유 속에서 자란다. 애정이 없으면 궁금하지 않고 여유가 없으면 궁금할 수 없다. 애정이 사라진 연인 간에 가장 먼저 소실되는 것은 서로를 향한 질문이고, 바쁜 일상에서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 또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아니던가. 그러니 오늘, 소중하지만 미처 궁금해 하지 못했던 대상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가족에게 연인과 친구들에게, ‘백문’까진 아니더라도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당신을, 웃게 합니까.
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