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한 게임 커뮤니티 카페. 40~50대 '아재'들이 100명 쯤 모여 온라인 쇼핑몰에서 나무나 아크릴 조각을 단체로 주문한다.
또 조이스틱과 버튼, 액정 디스플레이, 배터리까지 공동으로 구매한 그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서 택배로 도착한 물건을 받아들고 흡족한 듯 척척 조립해서 카페에 글을 남긴다. 조립이 어렵거나 힘든 경우에는 질문도 하고, 서로 조립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아재'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게임기다.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게임기 같은 모습으로, 흡사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성행하던 오락실 게임기를 닮았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즐긴다고 해서 '바탑 게임기'라고 불리운다.
<오락실 추억에 젖어있던 아재들, 게임기를 만들다>
과거에 오락실 기판을 연결할 수 있게 하거나 닌텐도 스위치나 PS4 등을 연결해서 만든 게임기도 인기다. 보통은 PC를 연결해서 스팀으로 게임을 즐긴다.
또한 이들이 함께 팀을 만들어서 제작하는 게임기들은 실제로 판매해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철제 바탑 게임기인 '메탈파이', 높은 완성도를 갖춘 '래빗케이드'와 '나가리 케이드' 등 만들 수 있는 게임기 종류만 해도 4~5가지가 존재한다.
심지어 한 게임 커뮤니티 게임기 제작팀은 80년도에 국내에서 유행했던 '재믹스'를 복각한 '재믹스 미니'를 각종 라이선스를 취득해 정식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아재들이 게임기를 만들게 된 이유는>
청소년 시절에 오락실을 다니며 게임을 즐겼던 이들에게 당시의 감성을 느낄 방법은 남아있지 않다. 게임기란 '어렸을 때의 워너비' 모델 중 하나였고, 지금 시점에서는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정작 물건이 없는 것이다.
스위치, PS4, 엑스박스원, 스팀 등 다양한 기기에서 고전게임들을 구입해서 마루의 60인치 TV에 켜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고, 그래서 직접 만들게 됐다는 것이 아재들의 답변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강영훈 씨(45)는 "어릴때 좋아하거나 동경했던 오락실의 게임들 또는 갖고 싶었던 콘솔 게임기들을 뒤늦게 가지고 싶어하거나 즐기고자 하는 아저씨들이 많다."며 "지금도 먹고 사는 게 바쁘긴 하지만 늙어서는 더 힘들테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시간내서 놀자는 생각으로 게임기도 만들고 게임도 플레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트로샵 성황..전용 게임기 제작 공방도 생겨나>
비디오 게임의 성지로 불리웠던 용산 두꺼비 상가에도 제품의 절반 이상을 레트로 게임으로 채울 정도로 레트로 게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 남부터미널의 '레트로 게임카페', 경남 창원의 '레트로 카페 메모리', 부산의 '레트로시티' 등 레트로 게임을 테마로 한 카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 SNK가 상장하게 된 원동력도 이러한 '아재'들의 추억과 감성에 힘입은 것 아니겠나."라며 "현재 게임업계에 가장 지갑을 활짝 여는 곳이 40대이고, 이들에게 맞춰진 레트로 게임들이 연이어 출시되거나 과거 오락실 게임기 모양을 본딴 게임기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