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시인 발표 비평문, 제자·후배인 차현지 작가가 대신 써
김경주 시인(마이크임팩트 제공)© News1
김경주(43) 시인이 3년 전 발표한 비평문의 원작자가 후배 무명작가인 차현지씨(32)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 시인은 2003년 등단해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등을 쓴 시인 겸 극작가로, 제28회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문단에선 유명작가를 위한 무명작가의 ‘대필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문학계에 따르면 김 시인이 지난 2016년 세월호 추모전시 ‘베가’(VEGA) 전시 도록에 발표한 비평 ‘서쪽 건너에 비치는 환시’는 차현지 작가가 집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에는 “시인 김경주에게 본 전시의 원고를 의뢰했고 2016년 원고를 받아 도록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며 “그러나 2019년 5월, 김경주 시인 본인의 고백으로 이 원고가 ‘대필’에 의해 작성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원작자인 차현지 소설가와 직접 사실을 확인, 원고 게재 동의를 구했다”고 적혔다.
차현지 작가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2016년 3월1일에 김 시인에게 원고작성을 제안 받았다”며 “하루 뒤 원고지 200자 43매 분량 원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앞서 차 작가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재학 시절인 2010년, 김 시인과 교수와 제자로 만났다. 2011년 등단 후엔 선후배 관계로 지내왔다.
차 작가는 김 시인이 제안한 일을 하고 임금을 받거나, 때로는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해왔다. 경제적으로 힘든 신인이었고, 소설과는 다소 떨어진 일이나 글들을 김 시인이 제안했을 때 거절할 수 없었다고 차 작가는 강조했다.
차 작가는 “이후 지난 6일, 김 시인에게 ‘5일에 흑표범님에게 대필 고백을 했고, 제 글을 직접 봤으며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메일을 받았다”며 “저는 반박메일을 보냈고, 10일에 김 시인으로부터 A4용지 19장에 달하는 PDF파일을 받았다”고 했다.
차 작가는 “대필관련 포스팅을 내리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는 협박성 글”이었다며 “기한을 하루 줄 테니, 포스팅을 내리고, 개인적으로 사과메일을 보내고, 개인 SNS를 한 달간 전체공개하라는 조건을 걸고 그러지 않으면 변호사 상담 후 고소에 처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김 시인이 일을 줄 때마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마감기한을 제시했는데, 그로부터 독립해보니 그런 식의 기한을 두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또한 세상에 대필을 하고 싶은 작가가 어디 있겠나, 제가 먼저 써보겠다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필 제안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섀도우 작가로의 삶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경주 시인은 뉴스1에 입장문을 보내 “차 작가가 대필을 강요받고, 어쩔 수 없이 행했다고 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술평론을 병행하고 싶어한 차 작가가 세월호 추모전시 작업이미지를 보고 본인이 글을 써보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시인은 “세월호 희생자 중 한분이 제 가족과 인연이 있어 작가로서 심정적으로 부담이 돼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며 “마감이 지난 상황에서 제게 온 청탁건에 차 작가를 소개하기 난감하다 말했으나 차 작가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자기 이름으로 (글이)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 작가는 마음이 바뀌어 둘이 합의하에 했던 일을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욕을 할 정도로 허물없이 편하고, 수평적인 관계였다”며 “또한 차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수습하기 위해 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