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전국소년체전 경기장 찾아 인권실태 조사 여학생 선수 목, 어깨 감싸는 신체 접촉도 탈의실 없어 복도나 관중석서 옷 갈아입어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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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난하냐? 왜 시키는 대로 안 해!”
26일 전국소년체육대회 핸드볼 중등부 경기가 열린 전북 정읍의 한 체육관. 경기 전반전이 끝나자 한 남자 코치가 선수들을 체육관 내 복도에 세워놓고 한 말이다. 고함도 질렀다. 이 코치는 중학생 선수들 얼굴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내리기도 했다. 전반전을 막 마친 선수들은 코치의 폭언을 들으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25일과 26일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린 전북 일원의 경기장을 찾아 대회 참가 선수들의 인권실태를 점검했다. 25~28일 열린 이번 대회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1만2000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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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선수들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조사관 B 씨는 “경륜 경기에서는 출발 전 선수들의 자전거 안장 밑을 잡아주는데 한 집행위원은 안장 아랫부분이 아니라 여학생 선수의 허리 양 옆을 잡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일부 남자 심판과 코치가 여학생 선수의 목이나 어깨를 감싸 안는 모습도 조사관들의 눈에 띄었다.
인권위는 “조사기간 방문한 체육관 15곳 중 탈의시설이 있는 곳은 5군데 뿐이었다”며 “이마저도 수영장 한 곳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체육관 복도나 관중석 등 노출된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대회에서 아동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