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마다 노모 집 들러 문안 인사 ‘소문난 효자’ 장애 앓던 동생 故 장영희 교수 어딜가던 업고 다녀
29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빈소에 고인의 영정과 조화가 걸려 있다. © 뉴스1
광고 로드중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급성 뇌출혈로 별세했다. 열정적으로 회사를 이끌던 CEO였을 뿐만아니라 90세가 넘는 노모를 극진히 모셨던 가장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장 대표가 지난 10일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고 29일 밝혔다.
장 대표의 자택은 어머니인 이길자씨(92)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평소에도 노모를 각별히 챙겼던 장 대표는 매일 아침 어머니 집에 들러 문안 인사를 올리고 출근길에 오를 만큼 주변이 인정하는 효자였다.
광고 로드중
장 대표는 효심만큼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1946년 11월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1남 6녀의 딸 부잣집의 둘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한방을 쓰며 함께 지낸 바로 손아래 동생을 특히 아꼈다. 세간에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여동생이 바로 고(故) 장영희 서강대학교 교수다.
장 교수는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수필가·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암 발병과 재발로 3차례 암 투병 과정을 이겨내면서도 대중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사랑받은 인물이다. 그의 글은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고 사후 출간된 마지막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출간 직후부터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장 대표는 소아마비로 두발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장 교수를 항상 업고 다니며 도왔다. 장 교수는 자신의 책 ’내 생애 단 한번‘에서 “나보다 여섯 살 위인 오빠가 나를 ’담당‘했는데, 학교에 있는 시간만 빼면 항상 나를 업고 다녔다”고 밝혔다. 또 장 교수는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감수성을 키워준 인물이 어릴적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오빠, 장 대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 대표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날은 장 교수의 10주기 기념식이 있었던 지난 9일 바로 다음날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 대표는 이날 행사 준비에 각별히 신경 쓰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당일 기념식에서 지갑 속에 넣어 두었던 동생의 사진을 꺼내 보이기도 한 장 대표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려 유난히 기뻐했다고 한다.
광고 로드중
한편, 장 대표의 장례절차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23호)이며, 발인은 31일 오전 8시다. 장지는 부친과 동생이 먼저 자리하고 있는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공원묘원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