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27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인 서훈 국정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정원 원장님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재차 해명에 나섰다.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 등을 총괄하는 ‘민주연구원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양정철 원장은 이날 2차 입장문을 통해 “(서훈 원장을 포함한) 만찬 참석자들은 모두 서로 아는 오랜 지인이다. 정치 얘기, 선거 얘기를 했다가는 피차가 민망해지는 멤버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 원장은 자신과 서 원장이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가량 비공개로 독대를 했다는 온라인 매체 ‘더팩트’의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국정원장이 비밀 얘기 할 장소가 없어 다 드러난 식당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가정 자체가, 정치를 전혀 모르는 매체의 허황된 프레임”이라며 “비밀 얘기를 나눠야 할 눈치 보이는 회동이라면 어떻게 둘이 함께 당당히 걸어 나와 한참을 더 얘기를 나누고 예의를 갖춰 헤어지는 모습을 다 노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 식사비는 제가 냈다. 현금 15만 원을 식당 사장님께 미리 드렸다. 식당 사장은 제가 일반 택시를 좀 불러달라고 했는데 모범택시를 부른 게 미안하기도 하고, 귀국해 오랜만에 식당을 찾은 제가 반갑고 (여전히 놀고 있는 줄 알고) 짠하다며 그 중 5만원을 택시기사 분에게 내줬다”며 “모처럼 귀국해 옛 지인들을 만나고,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음식값 낸 것에서 택시비 5만원 깎아준 일이 다섯 시간 미행과 촬영과 파파라치에 노출된 다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무 생각 없이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야 그렇다 쳐도 숱한 매체들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의혹 재생산에 부화뇌동 한다면 서글픈 일”이라며 “문희상 국회의장님 뿐 아니라, 전직 국회의장님들도 오랜 기간 신세진 분들이라, 저의 인간적 도리이자 예의라 생각해 찾아뵀거나 앞으로 찾아뵙기로 돼 있다. 심지어 다른 정당에 계신 정치 대선배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서 원장님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정치행위가 아니라 저의 사람도리, 인간적 예의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얼마든지 더 미행하고 더 도촬을 해도, 거리낄게 없다”며 “정치 위에 도리가 있고 의리가 있다. 2년 동안 떠나 있어, 안에서 고생한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있다. 도리로 하는 일을 호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더팩트’는 지난 21일 양 원장이 서 원장과 서울 강남구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가량 비공개로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총선 전략과 정책 수립을 총괄하는 양 원장이 서 원장과의 회동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 만남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더라도, 보고라인에도 없는 여당의 총선 총책을 국정원장이 만났다는 것은 심각성이 큰 문제이며 철저히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양 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