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셔틀버스 공유 서비스’가 인기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안전도우미(왼쪽)가 학원으로 가야 하는 아이를 셔틀버스에 태우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네? 학교에서 놀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22일 오후 1시 50분. 지율이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안전도우미는 지율이 엄마와 통화한 뒤 초등학교로 뛰어갔다. 3분 뒤, 그는 지율이 손을 잡고 헐레벌떡 뛰어와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학원에 늦으면 안 되니 마음이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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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유행인 ‘셔틀링(shuttling)’ 서비스의 모습이다. 안전도우미가 탄 셔틀버스가 학생들의 학원 스케줄에 맞춰 이동을 책임진다. 학부모는 매주 금요일에 다음 주 자녀의 학원 스케줄에 맞춰 학원 이름, 수업 시작 시간, 하원 시간 등을 입력하고 비용을 결제한다. 거리에 상관없이 1회 탑승당 6600원이다. 탑승 시간과 호차는 개별 학부모에게 공지된다.
셔틀링 서비스 제공 업체는 유상운송 허가를 받은 전세버스 회사와 계약해 버스 20대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강남 서초 송파 초중고교생이 이용한다. 하루 신청은 500건에 달한다.
대치동 유명 학원은 대부분 통학차량을 운영하지 않는다. 굳이 차량을 운영하지 않아도 학생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들의 불편이 컸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원, 학원에서 학원, 학원에서 집까지 여러 차례 자녀를 차로 태워다 주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는 또 다른 학부모는 “택시를 이용해 자녀를 데려다주는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 블랙’이나 ‘타다’를 이용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의 학원 ‘뺑뺑이’를 도와주는 셔틀버스 서비스가 나오자 호응이 커진 것이다. 특히 아이를 혼자 차에 태우는 것을 불안해하는 학부모의 심리에 맞춰 모든 차량에 안전도우미를 1명씩 배치한 점이 인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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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 신고된 셔틀버스에서 사고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학원에 벌점 등 행정처분을 가한다”며 “하지만 셔틀링 차량은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셔틀링 서비스 업체 측은 “경찰서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했기 때문에 점멸등을 켰을 때 다른 차가 앞지르지 못하는 등 보호를 받는다”며 “운전자가 안전교육도 받고, 대인 배상 보험에도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