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노조 반발 점점 세지는데… 현대重 법인분할 순풍 가능할까

입력 | 2019-05-21 03:00:00

31일 임시주총 앞두고 노사 전운




법인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현대중공업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주총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법인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뉠 예정인 가운데 노동조합이 이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오후 울산 본사에서 법인 분할을 반대하며 4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나섰다. 오전에는 노조 집행부가 금속노조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문제점’ 토론회에 참석해 회사 분할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노조가 기존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사(상장사)와 신설 사업법인(비상장사)으로 쪼개는 것을 반대하며 내세운 주장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담당할 신설 법인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총 부채는 7조2200억 원. 이 중 7조600억 원이 신설되는 사업 법인에 승계되고 나머지 1600억 원은 중간지주사로 넘어간다. 노조는 “신설 현대중공업은 생산만 하고 빚만 갚으면서 모든 성과는 중간지주사가 다 가져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업 법인에 넘어가는 부채 중 3조1000억 원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선박을 건조하면 결국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며 “남은 부채도 중간지주사가 함께 책임지고 상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중간지주사가 서울에 위치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신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4개 조선 자회사를 관리하며 투자사업, 연구개발(R&D) 총괄 등을 맡을 예정이다. 노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간지주사의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은 47년째 울산 경제를 지탱한 현대중공업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한국조선해양이 통합 R&D 기능을 담당할 예정인 만큼 수도권에 본사를 두는 것이 효율적인데,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통째로 서울로 오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송철호 울산시장이 노조에 동조하며 중간지주사의 본사 위치가 울산 지역 현안으로 떠오르자 노사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담은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노조는 분할계획서에 신설 법인이 기존 노사 간의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신설 현대중공업 단체협약을 노조 쪽에 불리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 측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기존 단체협약 승계 여부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상황으로 기존 노사 합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측은 노조가 31일 주총을 방해하는 행위를 못 하게 해달라며 울산지방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2017년 2월 현대중공업을 현대중공업지주 등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상정한 임시주총에서도 노조 측이 참석해 일정이 지연됐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사측은 당시에도 노조의 집회에 대비해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 총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지주 및 특수관계자가 33.96%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주총이 진행되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