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배우 알랭 들롱이 20일(이하 한국시간)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원로에게 주는 상…인권 논란 커
여성인권단체들, 수상 철회 촉구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알랭 들롱이 칸 국제영화에서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섰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가 명예 황금종려상을 그에게 수여하면서다. 매년 영화를 통해 업적을 쌓은 원로를 선정해 주는 상이지만, 여성 폭행 등 인권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알랭 들롱이 과연 적합한 수상자이냐를 두고 현지에서 거센 논란과 비판이 일고 있다.
알랭 들롱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 무대에 올라 딸과 포옹한 뒤 눈물을 비치면서 “나는 독특한 개성으로 영화를 해온 배우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칸 국제영화제의 이번 결정과 알랭 들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앞서 알랭 들롱의 아들은 아버지가 가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들롱은 최근 한 TV에서 여성을 때린 사실이 있음을 인정해 비난을 받았다. 또 과거 동성부부의 아이 입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경쟁부문 초청작 ‘어 히든 라이프’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 한 여성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라’(Stop Violence Against Women)는 문구를 등에 새기고 등장하는 등 알랭 들롱 수상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칸 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여성 영화인 82명의 ‘성평등 선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여성 폭력 등 인권 논란을 일으킨 배우에게 시상하면서 영화 및 여성단체 등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성인권단체인 ‘여성과 할리우드’ 역시 “알랭 들롱은 인종차별주의에도 동조했다”고 지적하면서 수상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칸 국제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알랭 들롱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려는 게 아니다”면서 “배우로서 경력을 인정해 상을 준다”고 선을 그어 오히려 비난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