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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하임숙]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있다는 평범한 진실

입력 | 2019-05-20 03:00:00

쌍용차 노조, 값비싼 희생 뒤 깨달아… 여전한 현대중, 르노삼성차 노조




하임숙 산업1부장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차량 판매가 주춤해졌다는 소식에 지난달 영업본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1∼3월에 렉스턴, 코란도 등 신차 효과 때문에 괜찮았던 판매량이 4월 들어 부진해졌다는 답변을 듣자 그는 이렇게 질문했다 한다. “도와줄 일은 뭐가 없나요.”

쌍용차는 적자회사다. 2009년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였다. 그러다 보니 국내 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빌리지 못한 지 꽤 오래돼 부채비율이 제로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자동차는 2차례에 걸쳐 자본금을 1000억 원 가까이 지원하긴 했지만 적자회사에 돈을 쏟아붓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쌍용차는 공장가동률을 높여서 수익성을 높여야 구성원들이 월급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노조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경영난이 이어지다 노사 간 극단적 대립 끝에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갔고, 26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던 2009년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조위원장이 ‘도울 일 없느냐’라고 질문한 건 공장이 돌아가야 근로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값비싼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쌍용차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별다른 일이 없이 라인 사이를 다니면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도 일 좀 해라.” 쌍용차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올해 초 본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대주주는 투자하고, 경영진은 차를 많이 팔고, 우리 노동자는 열심히 차를 만들어 회사를 살려야 한다.” 해고자들이 올해 중 모두 복직을 완료하면 쌍용차에는 과거의 과격한 노조 집행부도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사측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예전 분위기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상식적인 쌍용차 노조의 반응이 신선한 이유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노조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11개월이라는 긴 진통 끝에 최근 2018년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한 르노삼성차만 해도 그렇다. 임금 인상, 라인 재배치 시 노조 입장 강화 등을 내걸고 작년 10월 이후 62차례나 부분파업을 강행한 르노삼성차 노조는 얻을 건 다 얻고 임·단협에 합의했다.

그사이 회사 경영 상황은 악화됐다. 4월 기준 르노삼성차의 누적 판매량은 5만2930대로 전년 대비 39.6% 급감했다. 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이 올해 10만 대로 예정돼 있다 6만 대로 줄었다. 내년도 물량은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21일에 노조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치면 이 회사는 다음 달에 곧장 2019년 임·단협에 또 들어가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얼마 전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본사 서울 이전’이 이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은 31일에 기존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회사와 현대중공업이라는 사업회사로 물적 분할을 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로 정하자 노조가 물적 분할을 반대한다며 파업하고 있다.

조선·중공업은 글로벌 수요 위축과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액화천연가스(LNG)선 물량이 늘면서 겨우 숨을 돌리게 된 게 올해다. 더구나 배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앞으로도 여전히 울산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산하에 두고 연구개발(R&D)을 하겠다는 조직이다. 단순한 선박 건조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고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없으니 서울에 본사를 두고 우수 인력을 확보해 R&D에 박차를 가해야 미래가 있다는 경영상 판단을 한 것이다. 이런 판단이 도대체 파업의 대상이 되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