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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산불에 대한 4가지 오해

입력 | 2019-04-27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스트라다무스님, 돗자리 들고 도심으로 진출하시지요.”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 동해안 대형 산불 후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필자는 동해안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것을 하루에서 반나절 이상 빨리 예측했다. 당시 모든 기상조건으로 봤을 때 동해안에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몇몇 방송국에 산불 가능성을 방송해줄 것을 요청했고, 두 곳에서 해줬다. 실제 4일 밤에 고성에서 산불이 시작돼 대형 산불로 번졌고 피해는 엄청났다.

산불이 지나간 후 많은 분들이 산불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가장 많았던 질문은 “한국은 겨울바람이 가장 강하고 건조하지 않나요?”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후 통계를 보면 4월이 평균풍속이 가장 강하고 습도도 가장 낮다. 올해는 유별나게 건조특보가 길게 이어졌고, 산에도 눈이 쌓여있지 않아 낙엽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오해는 “산불이 번져나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를 수 있느냐”다. 1998년에 개봉한 영화 ‘파이어스톰’에서 파이어스톰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거센 불길을 가리킨다. 산불은 넓은 면적이 한꺼번에 타고 있을 때 중심부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강한 연소열로 인한 엄청난 상승기류가 상공의 산소 유입을 막는다. 이런 경우 어느 곳에서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면 갑자기 폭발음이 울리면서 강력한 불 폭풍이 발생한다. 폭발한 파이어스톰은 강한 바람의 속도로 날아가 번진다. 산불이 짧은 시간에 동해안까지 번져나간 이유다.

세 번째 질문은 “대형 산불이 동해안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맞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대형 산불은 동해안에서 발생했다. 태백산맥이라는 지형적 영향 때문이다. 강한 서풍이 불 경우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지형적 영향으로 바람은 태풍급으로 강해진다. 또 바람의 기온이 상승하고 더 건조해진다.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네 번째는 “동해안 대형 산불은 짝수 해에 많이 일어나지 않느냐“다. 맞다. 이상하게도 정말 짝수 해에 많이 발생했다. 1524년 강릉 경포대 산불, 1660년 삼척 산불, 1860년과 1878년 고성 산불, 1980년 양양과 고성 산불, 1986년 강릉 산불, 1994년 삼척 산불, 1996년 고성 산불, 1998년과 2000년의 양양, 고성 산불 등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홀수 해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 2013년 경북 포항 산불, 2019년 고성 산불이다. 특정한 해에 발생하기보다는 어떤 기상조건이 만들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산불 발생 지역은 토양의 접합력이 약해지면서 토사 유출 방지 기능이 불이 나기 전의 130분의 1로 떨어진다. 올여름 산사태 피해가 걱정되는 이유다. 산불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최선을 다해 산불을 진화해 준 소방관들에게는 감사를 보낸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