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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풍경]기성복에 밀려난 양복점

입력 | 2019-04-18 03:00:00


《뉴트로는 새로운 것(뉴·new)과 옛것(레트로·retro)을 합친 말입니다. 복고를 새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새 의미를 찾는 새 트렌드입니다. 인천 구석구석에 온전히 살아있는 과거를 현대 감각으로 되짚어 봅니다.》

양복이 재산이던 시절이 있었다. 전당포에서도 잡아줬다. 장대를 남의 집 창문으로 집어 넣어 양복을 훔쳐 가는 일도 아주 가끔 있었다. 양복은 특별한 복장이었다. 맞선 보는 날, 면접 보는 날 이웃집에서 빌려 입고 나갔다. 공장 근로자들은 야유회 가는 날 오랜만에 작업복을 벗고는 너도나도 양복을 빼입고 나타났다. 명절이 되면 어떻게든 양복 한 벌 맞춰 입고 귀향길에 나섰다. 그래야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모두들 양복 한 벌로 사계절 행사를 치르는 단벌신사였다. 이름 좀 난 양복점에는 재단사 봉제사 등 기술자 20명 정도가 있었다. 명절 때 밀려든 주문에 며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한창 때는 극장 영화 예고편 앞에 양복점 광고가 몇 개씩 붙었다. 이제는 치수재기부터 패턴뜨기, 가봉, 재단까지 혼자서 한다. 양복점 간판을 달았지만 수선이 본업이 됐다.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