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법안 국회 상임위 통과… 의료-보험업계 10년 갈등 재점화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여부를 놓고 다시 맞붙고 있다. 지금은 환자가 진료내역서 등 서류를 병원에서 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병원이 직접 보험사에 전산으로 진료기록을 보내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 소비자 보호·권익 내세우며 여론전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이 법안은 병원 등 의료기관이 전산화된 진료내역을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보내고 심평원은 다시 이 정보를 각 보험사에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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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는 법안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1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험업계는 진료자료를 종이 서류가 아닌 전자 문서로 전송하면 병원이나 보험사 모두 업무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환자 개인정보의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진료정보를 심평원이 중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 보험업계, 의료계 과잉진료 차단 목적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두 업계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보험사들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손해율이 오를 수 있다. 소비자들이 귀찮아서 포기했던 소액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이에 따른 손실보다 보험금 자동 청구가 병원의 과잉진료나 보험사기를 걸러내는 효과가 더 크다고 기대한다. 진료기록의 전산화 과정에서 병원마다 다른 비급여 진료의 코드가 표준화되기 때문에, 의사가 진료비를 부풀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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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의료계의 우려 사항을 보완해서라도 청구 간소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두철 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는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사기 등을 걸러내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