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갈릴레이 역을 맡은 배우 김명수(왼쪽)가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겹쳐 보며 망원경을 구상하는 장면. 이후 그는 망원경으로 매일 별을 바라보며 ‘지동설’을 증명할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의 ‘갈릴레이의 생애’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집필한 갈릴레이 이야기를 토대로 21세기 한국에 ‘인간 갈릴레이’를 되살려낸 작품이다. 연구가 종교 교리와 맞지 않아 재판정에 선 갈릴레이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불합리한 현실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는 교회 권력에 굴복하는 듯하지만, 결국 마음에 묻어둔 진실을 책으로 써 세상 밖으로 이를 알리는 데 성공한다.
작품이 말하는 한 인물의 생애는 배우의 헌신적 연기로 완성됐다. 갈릴레이 배역의 배우 김명수는 구시대에 두 발을 딛고 있지만 가슴은 새 세상을 꿈꾸는 ‘경계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두 점 사이를 직선으로 연결할 수 없다면 이를 돌아서라도 연결하라”는 말이 그의 생애를 적확하게 표현한다. 극 초반부 갈릴레이가 고뇌하는 장면이 다소 늘어지기도 하지만, 4시간 분량의 원작을 압축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납득할 만하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