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 사진=동아일보DB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을 때 위기대응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 묶여 있어야 했다.
산불이 고성과 속초 방향 양갈래로 확산하고 있을 때 국회 운영위는 오후 9시 20분 재개됐다. 오후 10시 넘어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장은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데, 정 실장이 위기대응의 총 책임자"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정 실장을 보내자고) 양해를 구했더니 '안된다' 이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위원장 발언에 심한 유감을 표시한다. 거기에 여당 원내대표가 아닌 운영위원장으로 앉아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정 실장을 빨리 보내고 싶다. 안보실장은 (우리가) 한 번씩 질문할 때까지 계시고 관련 비서관들은 모두 가도 된다. (홍 위원장이) 순서를 조정해 우리 야당 의원들을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안보실장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 질의 후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 실장에게 질의하겠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이 "시간을 얼마나 드릴까요"라고 묻자 송 의원은 "다다익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만희 한국당 의원이 "보내주시죠"라고 말했고 오후 10시 38분쯤 정 실장은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정 실장은 "저녁 7시 30분경에 변압기에서 발화가 됐다. (불이) 고성군에서 시작됐다"라고 보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 실장의 이석을 막은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야당 너무한다. 산불이 속초로 번져 주유소 폭발, 30명 고립, 기숙사가 위험한 상황인데 국회 운영위는 재난대비 책임자인 정 실장을 붙들고 질문에 질문을 하다 밤 10시 50분에야 돌려보냈다"며 "질문이 중요? 생명이 중요!"고 말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5일 "산불이 잡히지 않아 인명피해까지 나고 주민들은 대피하는 상황인데 꼭 이래야만 했냐? 심각한 재난상황에 대처해야 할 청와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을 자정까지 국회에 붙들어 두는 게 상식적이냐? 금도라는 게 있다. 야당은 제발 좀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줘라"고 말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