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케이케이 인스타그램
태국 여행 중에 부상을 입어 현재 전신마비 상태라고 고백한 래퍼 겸 작곡가 케이케이(KK·김규완·29)는 ‘힙합계 베토벤’으로 통한다.
초등학생 때 중이염으로 왼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케이케이는 중학생 시절 힙합그룹 ‘엑스틴’의 공연을 보고 랩에 매료됐다.
2003년부터 서울 홍익대 일대 클럽을 중심으로 언더에서 활동하던 케이케이는 2008년 그룹 배치기의 ‘스킬 레이스’(Skill Race)를 작곡하며 데뷔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케이케이는 바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수의 음악인이 밤에 작업을 하는 것과 다르게 케이케이는 아침에 일어나 낮에 작업을 하고, 자정 무렵에 잠자리에 든다. 때문에 소속사 식구들에게 ‘모범생 래퍼’라고 불렸다.
케이케이는 술과 담배를 즐기지도 않는다. 술은 원래 잘 못했고, 담배는 27세에 처음 배워 1년가량 피우다 완전히 끊었다고 한다.
케이케이는 데뷔 초 아나운서와 같은 정확한 전달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발음을 또박또박 하는 게 좋아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케이케이는 2017년 방영한 Mnet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에 참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케이케이의 마지막 앨범은 그해 9월 발매한 ‘드림스(DREAMS)’다.
사진=케이케이 인스타그램
그간 방송 활동이 뜸했던 케이케이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빌어 이렇게 메시지 남긴다”면서 전신마비가 온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케이케이는 “얼마 전, 제가 묵고 있는 숙소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던 도중 5번·6번 목뼈가 부서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며 “현재 전신마비 상태이며, 치앙마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전투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케이케이는 “다행히 초기 대응과 처치가 적절했고 두 번에 걸친 긴급 수술도 잘 되어서, 재활의 가능성도 보인다고 한다”며 “어렸을 적, 귀가 녹는 화농성 중이염에 걸렸을 때는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상태가 더 심각한 지금은, 외려 어떻게든 이겨내서 저를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께 빚을 갚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케이케이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이겨내 왔었는데, 이번 위기는 좀 빡세다”며 “소식 듣고 걱정하실 많은 분들께 죄송스럽고 송구한 마음이다.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만큼의 폐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케이케이 인스타그램
아울러 케이케이는 “입원 직후에 제가 아내에게 ‘웃으면서 이겨내자’라고 한 뒤로 단 한 번도 아프거나 힘듦을 이유로 눈물짓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비싼 이곳의 의료비에 저와 제 가족들은 무력하기만 하다”며 “열흘 정도의 입원·수술·약값이 벌써 6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가고 있고, 한시바삐 귀국 후 치료를 진행해야하는데 한국 수송비만 1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케이케이 인스타그램
이어 케이케이의 아내는 “불행 중 다행인 건 머리는 다치지 않아 감사하다. 타국에서 남편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무섭기도 하다”며 “하지만 난 와이프니까... 견뎌내야 한다.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병원비와 앞으로 긴 시간을 싸워야 하는 우리 부부는 그래도 매일 웃는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케이케이의 아내는 “신이 우리 부부에게 감당할 만큼의 고통을 주셨을 거라 믿으며 매순간 마음을 가다듬고 감정이 아닌 이성에 집중하며 버티고 있다. 나는 다시 강해져야 한다”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멋지게 일어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최악과 최고의 상태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며 오늘도 마음을 잡고 집중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케이케이의 아내는 “울지 않을 것이고 원망도 하지 않을 것이며 차분히 시간을 견뎌낼 것”이라며 “하루 속히 호전되어 한국으로 이송 되기 만을 기도한다. 절대로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난 와이프니까..”라고 글을 맺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