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평가에 반발하는 자사고 교장과 학부모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교육당국은 자사고를 ‘특권학교’라며 씨 말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김 씨의 기억은 달랐다. 학비가 분기당 150만 원에 이르지만 그 대신 김 씨는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 김 씨의 아버지도 일반 직장인으로 특권층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씨는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 자사고를 택했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열정적이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팀을 짜서 선생님을 찾아가 “특강반을 열어 달라”고 하면 즉각 개설해줬고,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학생들에게 떡볶이를 사주며 입시 지도를 했다. 커리큘럼이 일반고보다 자유롭게 짜여 수업시간이 늘 만족스러웠다. 수시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김 씨는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논술마저 학교 특강으로 해결했다. “일반고 다니는 친구들이 쓰는 학원비를 생각하면 등록금이 비싸다고 보기가 어려워요.”
김 씨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을 보며 ‘꼭 저런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국문학과에서 교직이수를 하고 모교 동성고의 교사로 임용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기자님, 제가 교단에 설 때까지 자사고 좀 꼭 지켜주시면 안 될까요?” 헤어지며 김 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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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가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씨가 동성고에서 3년간 경험한 학교생활은 조 교육감의 말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책 변화에 따라 학교가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자사고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교육청의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방식은 5년마다 진행돼온 그간의 평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자사고의 존폐를 결정하는 데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자사고 폐지’라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평가지표를 조정해 결정하겠다는 발상이 엿보인다. 오죽하면 “교육청이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비난이 나오겠는가.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