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가스냄새’ 민원, 사업장 전수조사에도 원인 불명 첨단장비와 함께 인간 후각 활용… 500m 간격 서서 냄새맡는 ‘격자법’ 순간 사라지는 악취 추적에 용이… 환경공단, 연말까지 16차례 시행
“흠∼ 흠∼.”
지난달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 글로벌파크에는 한 손에 풍향계, 다른 한 손에 초시계와 온·습도계를 올려놓은 기록지를 든 한국환경공단 악취기술지원부 심재식 대리가 서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초시계를 들여다보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의 손은 바빠졌다. 1분에 6번 무슨 냄새가 났는지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악취 판정원들이 지난달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 글로벌파크에서 악취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인천시가 인근 산업단지와 하수처리장 등 악취 발생지를 모두 추적했지만 도무지 악취 발생지를 찾을 수 없었다. 이른바 ‘연수구 악취 미스터리’다. 이에 올해 환경공단이 나섰다. 악취 추적에는 첨단기기가 동원되지만 핵심 기술은 사람이 직접 코로 냄새를 맡는 ‘격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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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기술지원부 조성주 부장은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기기로 냄새를 채취해 분석하면 대기질 허용 기준보다 낮을 때가 많다”며 “실제 냄새를 맡아보는 게 주관적인 것 같지만 민원을 제기한 주민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가스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지난해 가스 냄새 민원은 여름에 집중됐다고 한다. 환경공단은 분기별로 네 번씩 총 16번 격자법을 시행하며 가스 악취를 추적할 예정이다.
물론 첨단장비도 활용한다. 공단은 사전에 연수구 인근 산업단지와 하수처리장 등에서 나오는 냄새를 모아 성분을 분석한 상태다. 6월부터는 이 냄새가 어디서 얼마만큼 나고, 어디까지 퍼지는지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격자법으로 얻은 결론과 장비로 얻은 데이터를 비교해 연말쯤 연수구 ‘악취 지도’가 만들어진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악취 원인별 맞춤형 저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수구 악취 미스터리가 이번에는 풀릴지 주목된다.
인천=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