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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스펙은 열정” 청년앞에 아세안 실크로드

입력 | 2019-03-29 03:00:00

[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 / New 아세안 실크로드]
급성장 아세안, 기회의 땅으로… 한국인 현지 취업 4년새 3배
경제 넘어 외교안보 협력도 확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 보려고 왔어요.”

1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박닌성 옌퐁공단에서 만난 김동호 씨(30)는 젊음을 베트남에서 불태우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한 덕에 좋은 일자리와 배울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 옌퐁공단에서 김동호 씨(오른쪽)가 현지 직원과 업무를 상의하는 모습. 박닌(베트남)=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 씨는 지난해 8월 한국 정보통신기기 부품 제조사 ‘인탑스’의 베트남 법인에 입사해 인사·총무 관리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2년간 근무한 은행을 박차고 나와 베트남으로 왔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다. 그는 “이곳에선 베트남어만 잘하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더라”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헤드헌팅 업체 ‘피플&잡스’를 경영하는 최주희 씨(36·여). 2014년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기회를 엿보던 중 빠르게 성장하는 캄보디아에 매료됐다. 현지 회사와 외국계 회사들이 몸집은 커지는데 이에 맞는 관리자급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캄보디아가 모계사회라 여성의 경제활동에 우호적인 점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최 씨는 “한류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높아 사업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관계수립 30주년인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경제벨트’가 꽃을 피우면서 한국인들의 ‘아세안 드림’도 무르익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2위 교역국이자 해외투자 대상국이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을 잇는 동북아 산업라인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제조업 중심의 수출벨트 역할을 했다. 한-아세안 경제벨트는 금융, 서비스, 문화 부문이 제조업과 공동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산업라인에 비해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세안의 경제발전으로 인해 한국이 내수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KOTRA에 따르면 1억7000만 명인 아세안 중산층 인구는 2030년 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0세 이하 인구 비중이 50.9%(2017년 말 기준)나 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 고령화 그늘이 드리운 중국에 견줘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대중 의존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은 기회의 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미 아세안에서 취업하는 한국인(15∼34세)은 2014년 444명에서 지난해 1283명으로 4년 만에 약 3배로 뛰었다.

한국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통해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안보 부문의 접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책임교수는 “아세안은 기존에 한국의 수출 전초기지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이제 외교·안보적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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