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 같은 습격사건 전모
지난달 22일 흉기를 들고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난입해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 국적 용의자 에이드리언 홍 창(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전경. 스페인 고등법원은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과 관련해서 용의자 2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사진 출처 NK뉴스·마드리드=AP 뉴시스
○ 2월 22일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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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 상무관의 탈북을 권유했던 이들은 컴퓨터 2대, 하드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등을 챙긴 뒤 이날 오후 9시 40분 대사관을 떠났다.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났고 홍 창은 미국 뉴저지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페인 경찰에 따르면 홍 창은 27일 FBI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을 무단침입, 강도, 폭행, 위협, 범죄집단 조직 등 혐의로 고소했고 미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에 인도되면 최대 28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 사건의 진짜 배후는 누구?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사관 습격은 공격 행위가 아니며 대사관 내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며 “현재 세계 각국의 북한대사관은 온갖 불법 거래 및 체제 선전을 위한 ‘거대 범죄 사업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유조선은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하에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이번 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이 정보는 그들이 요구했다”고 주장해 각종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해외첩보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정보국(CIA)이 아니라 국내 수사기관인 FBI가 이들을 접촉한 것도 의문이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FBI는 “NCND가 우리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5일 “이들이 대사관에서 정해진 책자의 특정 페이지에 쓰인 글을 활용하는 소위 ‘항일빨치산식’ 암호를 해독할 변신용 컴퓨터를 가져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