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어제 평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어 “미사일·핵 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곧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된 지 보름 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 성명이다. 협상이 막히면 늘 내밀던 벼랑끝 전술의 재탕이다.
최 부상은 “미국이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타협하거나 대화를 계속할 의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제재 해제를 요구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조야(朝野)에선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하는 완전 비핵화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이 버티면 협상의 돌파구는 없다. 다만 최 부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른 참모들과 떼어내 높이 평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착상태 해결을 호소한 ‘꼼수’로 보인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수세에 몰린 북한의 대응은 예상된 일이었다. 미 정보당국이 동창리와 산음동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한 배경엔 미 인공위성 노출 가능성을 계산한 북한의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어서 협박성 기자회견으로 위기 지수를 높이고 추가 요구조건을 내거는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이다. 앞으로 ‘평화적 인공위성 발사’라는 핑계를 대며 미사일 발사 준비를 가속화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곧바로 미사일 발사부터 강행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것은 그만큼 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에 목말라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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