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바비인형, 어떻게 진화했나
오늘(9일)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비 인형에 담긴 철학이다. 1959년 세상에 바비 인형을 선보인 장난감회사 마텔의 대표 루스 핸들러는 “소녀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바비가 대변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환갑이 된 바비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현실적인 몸매로 미(美)의 기준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바비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이런 비판에 맞서고 있다.
사실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한 것은 그동안 바비가 이룬 의미 있는 업적이다. 다양한 복장의 바비 캐릭터에서 간접적인 ‘직업 체험’을 함으로써 여성들의 다양한 직업 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바비의 직업 변천사는 흥미롭다. 1960년대에는 간호사, 항공 승무원 등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의 바비를 주로 출시했지만, 1973년 외과의사 바비가 나오면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80, 90년대에는 최고경영자(CEO), 파일럿, 경찰관 등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직업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카레이서, 컴퓨터공학자 등 바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마텔은 바비 탄생 60주년을 맞은 올해 천체물리학자, 극지해양생물학자, 곤충학자 등 과학자 바비를 내놓고 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학 분야에 소녀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마이애미대 영문과 셰리 아네스 교수는 “아기 인형은 여자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면서 “바비는 어린 소녀에게 다양한 직업을 탐구해 보라고 권하고, 모험을 하는 것은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 뚱뚱한 바비, 휠체어 바비… 다양성 포용의 시대
마텔의 ‘모어 롤 모델스(more role models)’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롤 모델 인형들. 운동선수, 요리사, 저널리스트 등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을 모델로 삼았다. 바비 공식홈페이지
바비를 가장 괴롭혀 온 비판은 아름다운 백인 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마텔은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바비를 선보였고 2016년엔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등 보다 현실적인 신체비율의 인형을 출시했다. 지난달엔 휠체어를 탄 바비, 의족을 단 바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텔의 전략은 성공했다. 디지털 오락상품이 늘어나면서 장난감 시장이 위축되는 추세지만 바비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했다. 바비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완구산업 컨설팅회사 ‘글로벌토이엑스퍼츠’의 대표인 리처드 고틀리브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인 외모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바비의 구매를 꺼리다가 최근 바비의 변화에 호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영 kimjy@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