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준 서울대 교수팀 독자개발 발치할 필요 없이 5분 만에 확인… 의료 방사선 탐지에 활용 가능
예성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치아를 이용한 방사선 피폭량 측정기 옆에 섰다. 오른쪽부터 예성준 교수와 오정훈, 구창욱, 박종인, 최권 연구원.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
6일 오후 경기 수원시 광교테크노밸리 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묘한 표정을 눈치 챈 듯 박종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은 “환자에게서 뽑은 치아를 치과의 협조 아래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옆에 서 있던 최권 연구원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도 통과했다”며 “이런 치아가 1000개쯤 된다”고 덧붙였다. 1000개라니 으스스한 기분이 더 들었다.
이 치아는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 일본 정부가 애타게 찾던 기술이다.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데, 피를 뽑아 혈액세포의 DNA 변이를 찾는 기존 기술은 너무 느리고 고통이 심했다. 피폭량은 주민을 무균시설이 있는 병원에 보내 비상진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항암 방사선치료 때 하루에 받는 피폭량(약 1.8그레이) 이상의 강한 피폭은 사람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목숨을 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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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와 박종인 최권 연구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기존 기술은 치아를 뽑거나 일부를 떼어낸 뒤 가루를 내서 측정해야 해 환자의 고통이 심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치아를 5분간 기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정확한 피폭량을 잴 수 있다. 연구팀은 치과에서 얻은 실제 치아에 방사선을 조사해 성능을 반복 확인했다. 병원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까지 했다. 현재 이 기술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 촬영 등 일상적인 방사선 피폭은 확인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 누출 등 보다 피폭량이 큰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도를 높이면 의료 등 방사선 탐지에 활용할 수 있다. 예 교수는 “기기를 소형화, 디지털화해 일상에서도 쉽게 활용하도록 개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