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시험장인 동창리 발사장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의 북한 관찰 싱크탱크들은 어제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동창리 발사장에서 로켓추진체를 발사대 위로 올리는 레일식 이동 구조물이 조립되고 있으며, 벽이 세워지고 새로운 지붕도 추가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동창리 일부 시설물을 해체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 정보당국은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단지에서 운송용 차량들의 활동을 포착했다.
북한의 움직임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뻔히 위성에 포착될 것을 알면서도 작업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동창리에선 닫혀 있던 연결타워 덮개도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 이틀 뒤인 2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인데 작업 시점이 회담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분명치 않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과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폐기를 약속한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겐 미사일 엔진시험장을 파괴하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에겐 국제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 폐기하겠다고 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도 영구적 파괴를 협상 카드로 내밀었다. 회담 결렬 후엔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은근히 협박하고 있다. 같은 물건을 세 번이나 파는 것도 모자라 더 비싸게 팔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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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쇼 연출용이든, ICBM 재도발 압박용이든 북한의 행태는 그들이 비핵화를 내걸고 협상에 나선 의도를 거듭 의심케 만드는 자충수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에서 걸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런 김정은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이 북-미 대화의 지속을 원한다며 오해를 낳을 부질없는 행동부터 그만둬야 한다. 당장 동창리와 산음동에 ‘동작 그만’ 1호 명령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