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인천에서 1일 공연된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는 정밀한 앙상블에 볼거리가 곁들여진 풍성한 감각의 향연을 제공했다. PRM 제공
바로크·초기 고전주의 음악 전문 앙상블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은 김성진 지휘자의 리드 아래 매끈한 합주를 선보였다. 비브라토를 억제한 날씬한 현과 단단한 맬릿(북채)을 사용한 팀파니가 하이든 시대의 음색을 날렵하게 구현해냈고, 관악기는 1시간 50분 내내 한 점의 흔들림이 없었다. 오페라 전문 합창단인 그란데 오페라 합창단도 초기 고전주의의 발성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천지창조 여섯째 날, 난민들의 고통을 암시하는 무대 위로 유관순 열사의 옥중 모습이 펼쳐졌다. PR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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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천지창조’ 가사나 성경과 무관한 ‘nature is the mother and daughter of herself’ 같은 추상적인 텍스트가 자주 투사돼 정보의 과잉으로 느껴졌다. 다채로운 감각과 메시지의 향연은 음악과 조형들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솔리스트들에게 ‘극한직업’을 체험하게 한 크랭크와 수조는 효과적인 장치였지만 무대 중앙에 붙박이로 배치돼 쓰임새가 한정적이었다. 전후좌우로 이동할 수 있었다면 더욱 효과적인 연출이 가능했을 법했다. 이 장치들 때문에 솔리스트들의 노래가 흐트러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없었다. 가사(리브레토) 자막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이점보다는 아쉬움이 많은 결정이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