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교수, 서울대 입학식서 축사 전신마비 사고 경험 들려주며 학문 중요성과 개성있는 삶 강조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4일 오전 서울대 입학식이 열린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단상 위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아있던 중년의 한 남성이 자신의 축사 순서가 되자 38년 전 이 대학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57)였다.
서울대 81학번인 이 교수는 신입생 후배들을 향해 “여러분들도 (아버지 말이) 무슨 말인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나이 마흔이 되면 내가 서울대를 나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밑에 몇 명의 직원을 두고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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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축사를 하는 10여 분 동안 자신이 미리 써온 원고를 한 번도 보지 않고 학생들과 눈을 마주쳐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입학생 이형용 씨(20·경영학과)는 이 교수의 축사에 대해 “친근하게 말씀해주셔서 좋았다”며 “공부가 대학 입학이나 취업 준비 등 어떤 목적을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늘 축사를 통해 인생 전반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조언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멘토링은 자칫하면 ‘이미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이 영화를 보려고 들어가는 사람에게 줄거리를 얘기해 주는 것’과 같다”며 “직접 겪어보고 문제에 부닥쳐 봐야 차별화된 사람이 될 수 있다. 실수를 했을 때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이 교수는 입학식 축사를 위해 3일 귀국했다가 4일 저녁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