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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에 묶여… 올 상장사 154곳 감사선임 불발 위기

입력 | 2019-03-05 03:00:00

대주주 의결권 규제로 주총대란 우려




코스피 상장사 A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사 선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 선임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에 이르는 찬성표가 있어야 하는데 현행 규정 때문에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돼 있다. 결국 A사는 나머지 22%를 확보하기 위해 소액주주의 찬성표 약 1000만 주가 추가로 필요하다. 주주 수로는 최소 400명이다. A사 관계자는 “개인 주주의 집집마다 찾아가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의결권 위임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도 알아봤지만 최소 계약금만 2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주총을 열더라도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워서다. 특히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154곳 상장사 감사(위원) 선임 어려울 듯


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상장사들의 주주 구성을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주총에서 상장사 723곳이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지만 이 중 154곳이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행법상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결의 요건을 맞추려면 22%의 찬성표를 더 얻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 섀도보팅(소액주주 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가 있을 땐 의결정족수가 부족해도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에서 나온 찬성과 반대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며 정족수를 채워줬다. 하지만 지난해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소액주주가 많은 업체는 ‘정족수 채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장사들은 직원들이 직접 주주들 집을 방문해가며 주총 참석이나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코스닥 업체의 소액주주는 평균 1만1379명에 이른다. 코스닥 B사 관계자는 “소액주주 집을 찾아가면 ‘이미 주식을 팔아서 관심이 없다’며 문전박대를 하거나 ‘왜 주가가 떨어졌느냐’며 1시간 동안 훈계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도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코스닥 C사 관계자는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읍소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한다”고 전했다.

의결권 위임 권유를 대행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비용이 부담이다. 코스피 D사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계약금이 5000만 원이었는데 섀도보팅 폐지로 수요가 많아지니 1억∼3억 원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코스닥 E사 관계자는 “기본 계약금 5000만 원에 주당 20∼30원씩 성공보수를 주는 식의 계약도 있는데 200만 주만 모아도 1억 원이 드는 꼴”이라고 했다.

○ “현실 동떨어진 제도 개선해야”


이렇다 보니 3%룰 폐지를 비롯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룰은 1962년 상법 제정 때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며 도입돼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다. 하지만 3%룰에 발목을 잡혀 지난해 56곳이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경영권 위협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부가 전자투표제를 권하지만 이마저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43곳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 안건이 부결됐다. 개인주주 참여율이 약 1%로 낮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의 경우 주총에서 보통 결의(감사 선임 포함) 가결 요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4분의 1 찬성 및 출석 주식의 과반수 찬성’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미국 일본은 의사정족수 요건이 있긴 하지만 회사가 정관을 통해 이 요건을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며 “한국도 의결정족수를 주총에 출석한 주주 수 대비 찬성 비율로 결정하는 글로벌 추세를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