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안동에서 시작해 전국 확산 아이들에겐 선현들의 미담 들려주고 노인은 자아 실현하고 전통문화 전승 울릉군 등 전국서 올해 330명 모집
지난해 4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이점순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경북도 제공
박춘자 씨(77)는 요즘 유쾌한 황혼을 보내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서 유치원생에게 옛날이야기와 선현의 미담을 들려주고 있는 박 씨는 “일을 즐기며 사랑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동료들도 행복해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야기할머니’다.
경북도와 한국국학진흥원의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이 노인에게 자아실현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대간 소통과 전통문화 전승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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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머니는 올 1월 현재 전국에 2783명이 있다. 이들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어린이집과 유치원 7730여 곳을 찾아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옛날이야기는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게임과 TV에 빠져 혼자 노는 게 편한 아이들이 함께하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손(祖孫)간 소통에도 일조함으로써 핵가족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해 이야기할머니와 교육기관장, 유치원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보람과 감동 △노인 사회활동 확대 △세대간 소통 증진 △유아 정서 발달 및 인성 함양 등 항목마다 평균 90점(100점 만점)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한재성 경북도 문화예술과장은 “이야기할머니들은 삭막해진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노인 일자리 만들기의 좋은 모델이라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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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6∼70세 여성으로 기본적 인성과 소양을 갖추고 관심과 열정을 가졌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고정된 직업이 없으면 우대한다.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작성해 8일까지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할머니사업단에 우편으로 제출해야 한다. 팩스와 e메일 접수는 하지 않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일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하고 다음 달 9∼12일 이야기 말하기(1분)와 질의응답 면접을 본다. 최종 합격자는 같은 달 17일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선발된 이야기할머니는 5월부터 11월까지 교육과정 약 60시간을 이수한 뒤 내년부터 5년간 거주지역 인근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한다. 교육 1회당 참석수당 3만 원, 이야기활동 1회당 파견수당 3만5000원을 지급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