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봄이 되면 세간살이를 바꾸고 싶어 했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바가지 하나만 바꿔도 어머니의 마음은 이미 봄이었다. 긴 겨울 동안 뜸했던 방물장수 리어카가 봄바람 타고 다시 나타났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장마당이 펼쳐졌다. 소쿠리, 빗자루, 바가지, 솔, 쓰레받기, 삽, 방석, 파리채 등 집 안의 모든 세간살이들이 실려 왔다. 지폐를 꼬깃꼬깃 든 어머니들은 산더미 같은 리어카를 에워쌌다. 간혹 색다른 디자인이나 새로운 기능의 물건이라도 보이면 서로 차지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아버지들과 아이들도 괜히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만져 보기도 했다. 이제는 망치 들고 올라가 비 새는 데 수리할 지붕도 없고 빗자루로 쓸 마당도 없다. 냉장고, 청소기, 오븐, 공기청정기 심지어 식기 세척기까지 갖춘 오늘날과 작은 돌도끼 하나면 충분했던 먼 옛날, 언제가 더 행복할까.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