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선두 이끄는 이재영 재작년 챔프전 패배 악몽 떨치려 점심식사 뒤 휴식으로 체력 보충 “MVP? 상은 많이 받으면 좋죠”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는 젊은 에이스 이재영. 공수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용인=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낮 경기 용인시 흥국생명 훈련장에서 만난 에이스 이재영(23·레프트)은 사진 촬영을 마친 뒤 민트색 원피스 잠옷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점심식사 이후 오후 훈련을 하는 3시까지 매일 낮잠을 잔다.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져 중간에 잠을 푹 자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후 곧장 ‘수면 모드’를 가동하기 위한 이재영 나름의 전략이었다.
흥국생명에 지난 2년은 ‘롤러코스터’였다. 2016∼2017시즌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한 뒤 지난 시즌에는 정규 시즌 꼴찌로 곤두박질쳤다. 이재영은 “정규 시즌 우승에 취해 주변의 달콤한 말만 듣고 훈련도 게을리했다. 자업자득이다”라고 회고했다.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이를 악물었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아시아경기 등 국가대표에 소집돼 비시즌을 쉴 틈 없이 알차게 보냈다.
그 사이 흥국생명도 팀의 빈 곳을 알차게 메웠다. 외국인(톰시아)을 새로 선발하고 센터(김세영), 레프트(김미연)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를 내며 ‘스파이더스(거미)’라는 팀 이름처럼 이번 시즌 공수에서 가장 촘촘한 팀이 됐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흥국생명은 18승 8패, 승점 54로 2위 한국도로공사(17승 9패, 승점 48)에 여유롭게 앞서 있다. 남은 4경기에서 2승 이상을 챙긴다면 챔프전 직행도 매우 유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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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도로공사의 라이트 박정아(26) 등과 함께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2년 전 정규 시즌 우승 당시 MVP를 한 차례 수상한 그다. 배구 하는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게 꿈이라는 이재영은 “기분 좋은 일은 많을수록 좋다”며 당찬 모습이다. “어렸을 때 상을 많이 못 받아 봐서 또 받고 싶어요. 하하. 다만 팀의 정규 시즌 1위 확정과 함께 저도 더 열심히 해 기록이 좀 더 오른 뒤여야 상을 받아도 당당할 것 같아요.”
이재영의 ‘훈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예상보다 빨리 인터뷰를 마쳤다. “벌써요?”라고 되물은 그는 “훈련(낮잠)하러 간다”며 밝은 표정으로 숙소를 향해 총총히 사라졌다.
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