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떠난 김정은 열차] 행정通 김평해도… 연락사무소 염두, 김영철 등 측근 총출동… 리설주 빠져 23일 출발 ‘1호 열차’ 베이징 안거쳐… 소식통 “회담앞 美 자극 않겠다는것” 김일성 따라하기 대내 결속 측면도… 中, 춘제 불구 특별지원 밀착 과시
지난해 3월 방중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오른쪽)이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 안에서 접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과 수행원을 태운 전용 열차는 23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뒤 베이징(北京)을 거치지 않고 24일 오후 1시경 톈진(天津)을 경유해 중국-베트남 접경 최남단 중국 기차역인 핑샹(憑祥)으로 향했다. 베이징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외교 소식통은 “북-미 회담 전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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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열차 선택은 의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양∼하노이의 열차 길은 약 4500km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캘리포니아주의 동서 횡단 거리(약 4450km)와 비슷한 정도. 게다가 비교적 휴식 공간이 확보된 김 위원장과 달리 70, 80대의 북측 수행원들은 이층침대에서 자고, 비좁은 열차 공간에서 며칠을 보내야 한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이번 열차 선택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미국의 제재 해제 등과 같은 상응 조치가 없을 경우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언제든지 북-중이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는 얘기다. 중국도 3월 1일까지 춘제(春節·중국의 설) 특별 운송기간으로 승객 수요가 급증한 시기임에도 이동경로 수천 km 곳곳에 경비 인력까지 배치하며 북-중 밀착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958, 1964년 하노이행 열차를 재현하며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재확인하고 대내 결속을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대륙 철도 연결과 같은 경제 개방 및 발전 메시지를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핑샹역이 있는 충쭤(崇左)시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할 시점인 26일 핑샹역에서 난닝역을 가는 오전 10시 10분∼오후 3시 19분 열차 편을 임시 중단한다고 23일 공고했다. 전용 열차가 김 위원장을 목적지에 내려준 뒤 먼저 하노이를 떠나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귀국길엔 비행기를 이용해 중국의 특정 도시까지 간 뒤 열차를 타고 귀국하거나 아예 항공편으로 평양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즉시 한미 정상이 통화하고 조속히 만나기로 한 만큼, 북-중 정상도 가급적 빨리 회동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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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하노이 수행단에는 두 명의 신규 멤버가 눈에 띈다. 오수용 경제부장과 행정을 담당하는 김평해 간부부장이 하노이행 열차에 오른 것. 북-미 간 제재 해제를 비롯한 경제 보상책,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행정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책공대 출신의 오수용은 첨단산업을 이끄는 전자공업상,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거친 경제통. 미국과의 경제 보상책 협의는 물론 베트남 현지 산업시찰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김평해는 행정 역할뿐 아니라 당 간부들의 인사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다.
김영철 통일전선부, 노광철 인민무력상에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1차 북-미 회담에 참여했던 외교라인은 이번에도 대부분 함께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베트남 방문단 일원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부부 간 만찬을 확정 지을 정도로 아직 회담 성과물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