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모니터링’ 도입하는 서울대병원
만성신부전 환자가 가정에서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 집에서 복막투석을 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가 투석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원격모니터링’을 이달 말부터 시작한다. 복막투석 원격모니터링은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음 달 병원 3곳이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복막투석 환자는 집에서 밤새 투석을 해야 한다. 이때 투석을 통해 제거된 수분량과 복막액 주입 및 배액(몸 밖으로 빼낸 노폐물) 용량 등의 데이터가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것이다. 지금은 환자가 이를 일일이 수첩에 기록한 뒤 예약된 진료 날짜에 병원을 방문해 이 수치를 보여주며 상담 및 처방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관련 법적 규정이 없어 향후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환자 상태에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의사는 환자에게 전화로 복막투석기를 조정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불법인 원격진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는 환자에게 병원 방문을 요청할 수 있다. 위급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제때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셈이다.
원격진료 도입이 힘든 건 시민단체와 일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원격진료 도입을 영리병원 도입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진료를 도입하면 대면 없는 진료로 환자 합병증 발병 우려가 있고,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는 각종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하나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허용했다. 이 장치를 통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시민단체와 의사협회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외국에선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맞춰 복막투석기 원격조정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조언조차 불법으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복막투석기를 비롯해 앞으로 원격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제품이 속속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의료 규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선 원격모니터링을 활성화하려면 원격모니터링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법령해석위원회에서 원격모니터링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논의가 정리되는 대로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