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이렇듯 민간 의료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지만 군 의료체계는 발전하지 못했다. 복무기간 단축과 장병들의 복지 수준 향상, 최근 대체복무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군은 지난 70여 년간 수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군 의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수성과 폐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자는 40년 전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이후 일생을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 지켜본 군 의료는 2006년 이후 ‘군 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속적으로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수립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의료시스템 개편은 실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군의 진료 역량은 민간 의료의 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군 의료의 질과 신뢰 하락은 장병의 민간 병원 이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군 의료진의 진료, 수술 경험 축적을 힘들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군이 민간 의료를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다. 군이 반드시 해야 할 분야는 강화하고 나머지 분야는 민관 의료자원을 활용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총상 등 외상환자에 대한 자체 진료 종결 능력은 확보해야 하되 암, 뇌중풍(뇌졸중) 등 중증환자는 민간 병원에서 담당하도록 분담해야 한다. 또 생화학 및 집단 감염병 등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분야는 군이 자체적으로 대응 역량을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대도 골든타임 안에 최적의 병원으로 장병을 이송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방부는 올 1월 ‘장병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국방개혁 2.0 군 의료시스템 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군 의무시설 현대화, 군병원 편의성 향상, 민간 병원 의료지원 확대, 국군외상센터 운영, 소방과의 응급후송체계 강화, 생화학 및 집단 감염병 연구역량 향상 등은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군 의료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무자격 의료 보조행위를 근절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아이 1명도 채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다. 젊은 자녀를 군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군은 우리의 소중한 청년들을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의무를 지켜야 한다. 국가가 아픈 장병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이번에는 꼭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원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