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서 말한 ‘배움의 기쁨’ 지식을 얻어 기분이 좋아지고 배움을 통한 ‘실천’을 통해 또 한번 즐거움을 느끼게 돼 궁금한 대상에 ‘몰입’하면서 정신적 만족 느끼는 일과 같아
‘논어’에서 배움은 경제적 이익 확보나 학위 취득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배움의 기쁨은 배운다는 일 자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배움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기쁨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논어 첫 구절에서 ‘기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열(說)’이라는 글자를 살펴봐야 한다.
논어가 역동적으로 편집되던 한나라 시대 ‘열(說)’은 기쁘다는 뜻의 ‘열(悅)’을 대신해 쓰이곤 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쁨은 어떤 것이고,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실마리는 바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번째 구절(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찾을 수 있다. 즐거움을 나타내는 ‘락(樂)’과 기쁨을 나타내는 ‘열(說)’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또 배움에서 오는 기쁨과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습(習)’은 왜 기쁨을 주는가. 중국 송나라 유학자인 사량좌는 실천을 강조했다. 사량좌는 “때맞춰 ‘익힌다(습·習)’는 것은 익히지 아니하는 때가 없다는 말이다. 시(尸·제사 때 죽은 이 대신 앉아 있는 아이)처럼 앉아 있는 것은 앉아 있을 때의 익힘이고, 제(齊·제사 때 엄숙히 서 있음)처럼 서 있는 것은 서 있을 때의 익힘이다”라고 밝혔다.
실천에서 오는 기쁨은 어떤 것일까.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외적 대상을 향한 몰입의 경험이 상당한 만족감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몰입에서 오는 만족감은 특정 대상에 열중할 때 생기는 고양감이다. 그러면 몰입은 어떤 경우에 생기는가. 그는 “몰입은 내면에 관심을 기울일 때보다 목전의 대상에 주목할 때 일어난다”고 역설한다.
이에 따르면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력을 쏟을 때 몰입이 가능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움의 과정에서 몰입의 즐거움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논어의 첫 구절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kimyoungmin@snu.ac.kr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