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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전성철]‘빅브러더’ 드론

입력 | 2019-02-19 03:00:00


미국 뉴욕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운용 중인 ‘드론 캅’ 부대에 불법 드론을 격추할 법적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요청하고 나섰다. 뉴욕 경찰은 현재 드론 14대를 인명 구조 및 조사, 그리고 신년 전야제 등 행사 경비에 투입 중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외로운 늑대’ 같은 테러리스트의 드론 공격에도 드론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드론 캅’의 격추 기술이 안전하게 쓰일 거라 믿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드론을 치안과 국방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항상 뜨거운 논란거리다. 뉴욕 경찰이 ‘드론 캅’ 부대를 창설할 때도 그랬다. 안면인식 기능을 갖춘 드론이 시내를 순찰하다 보면 사생활을 꿰뚫어보는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뉴욕 경찰은 “‘드론 캅’을 정기순찰이나 교통단속에는 투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구글 직원 3000여 명은 2017년 4월 회사가 국방부와 함께 진행하던 ‘메이븐 프로젝트’가 공격용 인공지능(AI) 드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영진에 항의 서한을 보내 연구 참여를 중단시켰다.

▷반면 인권 관련 규제가 느슨한 중국은 치안용 드론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13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수만 명이 모인 콘서트에서도 수배자를 찾아낼 정도인 중국산 드론은 인기 수출품이다. 새의 날갯짓을 정밀하게 모방해 비둘기조차 깜빡 속아 넘어간다는 ‘비둘기 드론’을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 감시에 투입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국내에서도 드론은 치안 분야에 꽤 폭넓게 쓰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전남 진도에서 드론을 띄워 야산에서 실종된 80대 치매 노인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감춰진 양귀비 재배지를 적발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KAIST는 지난해 해외 과학자들로부터 공격용 드론을 개발한다는 오해를 받고 “인간 존엄성에 위협이 되는 연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혁신과 인권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드론 기술의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