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순위 100위 권 밑 한국…여성 정치인 더 나와야”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일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대사관저에서 만난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69)는 “한국 여성의 정치 참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세계경제포럼(WEF)의 젠더 격차 지수를 언급했다. WEF 지수에서 한국은 2017년 118위, 지난해 115위에 그쳤다. 국내에서 순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전하자 클라크 총리는 “그러면 한국 여성 의원, 기업 임원 비율이 어떻게 되냐고 되물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한국 여성 의원은 17%(2019년), 기업 임원은 2.4%(2017년)에 그친다.
클라크 총리는 1999년 뉴질랜드에서는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돼 2008년까지 총리직을 3번 연임한 인물이다. 첫 여성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이기도 한 그는 임기 중 출산휴가로 화제가 된 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정치적 멘토로도 유명하다. 세 번째 여성 총리를 맞고 있는 뉴질랜드는 여성 의원비율이 40%가 넘을 만큼 여성 정치 참여가 높은 나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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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한국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회의가 많아진 상황에 대해서는 “남성이 그렇듯 모든 여성이 다 성공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도전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 13일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에서는 CJ그룹 후원으로 ‘헬렌의 도전’ 상영회도 열렸다. 200석이 꽉 채운 관객 중에는 젊은 여성이 대다수였다. 클라크 총리는 “최근 한국을 찾을 때 젊은 전문직 여성들이 늘었음을 느낀다. 한국 여성들이 목표를 더 높이 잡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길 바란다”며 “도전하는 것 못지않게 실패했을 때 회복하고 일어나는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젊은 여성들이 어떤 곳은 닫힌 문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길 바랍니다. 목표를 높이잡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길 바랍니다. 여성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사회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죠.”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