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치사상사 완역한 장현근 교수
장현근 교수는 “중국 포털 ‘바이두(白度)’가 나왔을 때(번역 작업이 간편해져서) ‘살았다’ 싶었다. 그 전엔 한자 한 자 컴퓨터 자판으로 입력하느라 고역이었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번역자가 궁금해지는 책은 드물다. 3권으로 구성된 ‘중국정치사상사’(글항아리)는 그 흔치 않은 호기심을 불렀다. 보통 책 10여 권을 쌓은 높이. 어깨가 뻐근할 정도의 무게. 심지어 한자! 무엇이 그를 완역으로 이끈 걸까.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만난 장현근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56)는 “첫눈에 후학에게 꼭 필요한 자료란 걸 직감했다. 그 믿음으로 20년 번역 가시밭길을 견뎠다”고 했다.
2015년 말 중국 톈진(天津) 난카이(南開)의 류쩌화 교수(왼쪽) 자택을 방문한 장현근 교수. 장현근 교수 제공
책은 중국 대륙을 훑고 간 5000년 사상의 흐름을 꿰어냈다. 지난해 세상을 뜬 류쩌화(劉澤華) 난카이대 교수와 제자 7명이 함께 썼다. 총 3권에 △선진시대 △진한과 위진남북조 시대 △수당 송원 명청 시대를 차례로 다룬다. 장 교수는 “한동안 단절된 중국정치사상사의 물꼬를 튼 책”이라며 “중국에서도 엄청난 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문사철의 요체인 중국사상사에 대한 학문이 근대 이후 단절기를 겪었어요. 마르크스주의와 마오(毛澤東·마오쩌둥)주의가 학계를 지배했죠. 하지만 류 교수의 노력으로 1980년부터 독립된 분과학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고, 현재 제자 60여 명이 중국 전역 대학에서 후학을 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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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세상을 구원하려 한 공자(孔子), 학문적 깨침을 중시한 왕양명(王陽明)이 주는 울림은 역시 대단해요. 황종희(黃宗羲)는 제왕의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책으로 자기 성취를 이루려 한 한나라의 왕충(王充)도 인상 깊고요.”
3권 도합 15만 원.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구입 문의를 해오는 개인 독자가 적지 않다는 후문. “명상하듯 하루에 조금씩, 두꺼운 통사를 읽어가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게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어떤 이에게 책이 가닿길 바랄까.
“중국사상사는 곧 우리 한반도의 사상사이기도 합니다. 과거 뛰어난 사상학자는 모두 조선 땅에 있었고, 지금도 지방 서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사상사를 줄줄 읊어요. 고전을 읽기 전 해당 부분을 다룬 사상사로 머리를 틔우길 권합니다. 사전처럼 옆에 두고 ‘발췌독’(필요할 때 조금씩 발췌해 읽는 독서)하면 훨씬 흡수가 빠를 겁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