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과거 북-미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전직 미 국무부 고위급 인사는 최근 백악관 내 초강경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정책과 관련한 영향력을 과거보다 많이 상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강조하며 ‘톱다운’ 방식으로 27일부터 시작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과 같은 ‘초강경 회의론자’의 목소리는 사실상 실종되고 있는 상황. 1차 회담과는 다르게 이번 2차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비핵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강조했다가 회담이 열리지도 못하게 할 뻔했던 볼턴 보좌관의 입을 트럼프 대통령이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내 강경론자가 힘을 잃은 상황에서 공교롭게 북한 내 강경파 인사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5월 볼턴 보좌관을 실명으로 비판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김계관 제1부상은 2차 회담 국면에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같은 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리비아 모델’ 언급을 문제 삼으며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는 담화를 발표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역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등장한 이후로는 뒷선으로 빠진 분위기다.
결국 북-미 정상이 ‘낙관적인 대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주 아시아 제3국에서 열릴 2차 북-미 실무협상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내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은 가급적 의견 폭을 줄이고 핵심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 ‘통 큰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12∼14일 북한을 방문하기로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레티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트위터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대로 민 장관이 12∼14일 북한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장관의 이번 방북은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회담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민 장관은 리 외무상은 물론 김 위원장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형식과 구체적인 일정, 숙소 등 세부적인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