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이들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처음 만난 후 평양으로 장소를 옮겨 6일부터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다. 27일부터 시작되는 정상회담까지 채 20일도 남지 않는 상황. 베트남에서 비핵화 성과물을 내기 위해선 회담 막판까지 계속 만날 둘의 협상 궁합이 잘 맞는지도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단 두 사람은 성장 배경, 경력 등이 다른 데다 협상 스타일마저 정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건 대표는 의회, 국무부에서 보좌관을 지낸 뒤 14년 동안 포드자동차에서 일하다 국제담당 부사장이던 지난해 8월 지금 자리에 발탁됐다. 최근까지 민간에 있었다는 점에서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다. 미 육사 출신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사업을 하다 하원의원을 거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커리어와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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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철 전 대사는 북한이 전략적으로 키운 핵 협상가란 평가가 한미 외교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외무성에 들어가 전략을 짜는 ‘9국’에서 근무하다 리용호 현 외무상에게 발탁돼 전략통으로 컸다. 다양한 북한 미사일 사거리를 즉석에서 외우고, 북한의 핵 개발 논리를 직선적으로 강변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찌감치 김혁철을 2차 비핵화 협상용 히든카드로 준비했다는 관측이 많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1차 정상회담 이후 실무회담을 미루며 비건을 탐색하는 사이에 카운터파트를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서 김혁철로 교체하는 문제를 검토한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둘이 지난해 1차 정상회담 때 실무 협상에 나섰던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는 다른 권한을 부여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엔 서로 구면인 김 대사와 최 부상이 북-미 정상의 첫 만남을 조율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컸다면, 이번엔 어떤 식으로든 성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혁철의 소속을 다름 아닌 국무위원회라고 공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에게 협상 결과를 직보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을 위임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비건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다른 날도 아닌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트럼프에게 협상 상황을 대면 보고할 정도로 지금 단계에선 신임을 얻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워싱턴 분위기를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