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르하위스 네덜란드 SER 사무총장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사회경제위원회(SER)의 베로니크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사진)은 지난해 11월 13일 헤이그의 SER 본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워라밸을 이루려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보편화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불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이 협약에서 노동계는 임금 동결을, 경영계는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합의했다. 이후 네덜란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각종 유연근무제를 과감히 도입해 2017년 고용률을 75.8%까지 끌어올리는 한편으로 워라밸을 정착시켰다. 1950년 설립한 SER는 이런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이끈 기관이다.
다만 네덜란드도 시간제 일자리가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그는 “국가뿐 아니라 고용주도 전문적인 보육시스템을 잘 갖춰야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며 “국가 전반의 복지제도가 시간제 일자리와 융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두고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은 “우리 노동계도 한국의 노동계처럼 일자리 확대와 일자리 질 모두를 요구할 때가 있었다”며 “노사정(勞使政)이 계속 대화하다 보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노동력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투자로 생각하는 기업이 늘어나야 합의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기구의 ‘독립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SER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어도 동일한 의견을 계속 제시할 수 있다”며 “노동과 일자리정책은 정권과 무관하게 연속적이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독립성을 확보해야 ‘좋은 타협’을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헤이그=유성열 기자 ryu@donga.com